1.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불교계의 암적 존재(癌的 存在), 자승이 죽었다. 누구는 지금쯤, “그자는 중국으로 튀어서 치킨에 백주를 마시고 있을 것”이라고도 한다. 이번 사건에 국정원이 초동으로 출동했던 것은 정권과 깊은 관련이 있음을 의심케 한다. 자승은 오랫동안 부패정권에 밀착해 왔다가 무슨 이유에선지 지난 한달동안 정부 비난을 많이 해 왔는데, 그래서인지, 아니면 검찰들이 흔히 어떤 비밀을 은폐하기 위해서 번개탄을 이용해서 사람을 죽이는, 그런 자살을 당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CCTV란 것을 당국(어떤 당국?)이 자살방화의 증거로 일찍 주장했다는 것도 수상하다. 그 인물이 자승이란 것도 분명치 않고, 그 통에 과연 휘발유가 들었는지도 분명치 않다. 그건 그렇다 치고.
2.
어차피 자승이 죽었어도 제2 제3의 자승은 나올 것이다. 지승이 죽었다고 해서 좋아할 일도 아니다. 요즘 서울의 봄 영화를 보아서도 알지 않는가. 40년 전의 전두환의 망령이 최근에 다시 되살아 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군사독재와 검사독재는 글자만 보아도 3/4 이상이 같은 것이다. 박정희가 죽고 나서 13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문민정부가 들어섰듯이 자승 떨거지(잔당) 들의 소탕도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헌데 조계종은 언제까지 이런 악순환을 반복할 것인가.
3.
원래 승단은 사찰 단위의 자율 운영 체제였다. 집 버리고 세상 버린 사람들이 누구 통제를 받겠는가. 허나 사찰에는 규율이 있는 것이고,
스승의 명령과 판단에는 복종해야 했으니, 사찰이나 문중 체계가 나름대로의 조직 규범이었다. 물론 수행을 위해서 혼자 암자나 토굴에서 사는 경우에는 누구의 규제도 받지 않았다.
그런데 1905년 일제가 우리나라를 지배하면서 부터 중앙집권적 통제로 승단의 모습은 급격히 달라졌다. 일제는 모래알 같이 흩어져 있고 말 안듣는 승려들을 자기들의 행정체계 속으로 복속시키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조선통치의 수단으로 불교을 활용하고자 했다. 그리고 그러자면 일사분란한 중앙집권적 행정체계가 필요했다. 그렇게 해서 사찰령이라는 것을 만들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조선불교 총본산”이고, 그렇게 내려온 것이 오늘날의 조계종이다. 그래서 그때나 이제나 불교는 일제의 앞잡이 노릇을 했고, 이승만 박정희 그 이후 각종 지배자들의 앞잡이 노릇을 해 왔다.
지난 수십년 동안, 독재시대에도 기독교계는 노동운동, 빈민운동을 하고, 반독재 투쟁에 앞장서 왔지만 불교계, 특히 종단에서는 전혀 그런 활동을 하지 않았다. 관세음보살의 가르침에 따라서 구세대비행을 실천해야 하는 불자로서 매우 부끄러운 일이었다.
그후, 자승이라는 사기꾼이 여러가지 협잡질로 종권을 탈취하고 나서는 그의 중앙집권적 권력구조가 최고도로 강화되었다. 그는 힛틀러와도 같은 무소불위의 권력체계를 강고히 하였다. 조직적으로도 그렇고, 인사문제에서도 그렇다. 그는 권력의 맥을 잘 알아서 스님들을 돈으로 매수하여 종회의원들을 대부분 장악하였다. 그리고 그는 수많은 스님들의 비리를 샅샅이 조사해서 캐비넷에 넣어두고 때때로 필요할 때마다 활용하였다. 쉽게말해서, 일찍부터 캐비넷 정치를 한 것이었다.
아, 다시 자승에 열 받아서, 서론이 너무 길었다.
4.
본론은 이것이다. 조계종은 중앙집권적 구도를 하루빨리 탈피해야 한다. 이 구도에서는 중앙집권이 주는 권력의 매력 때문에 제2, 제3의 자승이 계속 나온다. 이들은 그동안 자승이 해온 방식을 그대로 배운 것이다. 지금은 주지임면권, 사찰재산 매각권, 승려 징계권, 승려직위 임면에 관한 권 이런 중요한 권력이 모두 한사람에게 집중되어 있다. 그러니 뜻 있는 스님들이 뭉쳐서 종회에서 법규를 하루속히 고쳐야 한다. 동시에 물론, 총무원장 선거를 직선제로 하면 더욱 좋다.
권력 분산 구도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면 기존의 그런 권한은 누가 담당하면 좋을까. 전국의 25개 교구본사가 담당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승적의 관리, 임용, 징계, 주지선거 등도 교구본사에서 하는 게 좋겠다. 교구본사는 현재 다양한 종파를 대표한다. 다양한 종파가 공존해야 한다. 그것이 화엄경이 말하는 잡화엄식(雜花嚴飾)이다. 서로 다르면서도 서로를 허용하면서도 걸림이 없는 것이다. 선종사찰, 화엄사찰, 천태 사찰, 상좌부사찰, 정토종사찰, 법상종사찰 등등이 각각 독립적으로, 자율적으로, 자체 교육기관을 가지고 커나가는 것이 좋다. 즉, 조계종은 발전적 해체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다. 어차피 이제 조계 선종은 외면 받는 시대가 되었다. 25개의 교구중심이 아니라면 서너개 정도의 종단으로 분종하는 것도 좋겠다.
5.
둘째로 강조할 것은 불자님들의 의식수준이다. 사기꾼, 도둑 같은 사람들을 큰스님이다 뭐다 해서 떠받들고, 돈을 갖다 바치는 그런 눈먼 짓은 이제 그만 해야 한다.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신도들이 스님이나 절에 돈을 갖다 바쳐서 복 받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 사기꾼이 복을 줄 리도 없지만, 불교 자체가 복을 주는 종교가 아니다. 자기가 열심히 수행하고 믿지 않으면 오는 복도 달아난다. 스님이 주고 말고 하는 것이 아니다.
자승과 같은 독버섯이 자라지 않게 하려면 우선 불자님들 자신이 눈을 떠야 한다. 자승의 사기행각이 너무도 분명한데도 상월뭐시기다 하면서 떼를 지어 쫓아다니는 그런 어리석은 짓을 불자들이 계속하는 한, 제2 제3의 자승은 계속 나온다.
이상,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