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은 단순한 미각의 반응을 넘어선 오감의 섬세한 협주곡이다. 이는 우리의 감각기관이 빚어내는 복잡하고 미묘한 현상으로, 단순히 혀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국한되지 않는다. 맛의 풍성한 스펙트럼은 다양한 요소들의 조화로운 앙상블로 이루어진다. 고기를 씹을 때 느껴지는 탄력 있는 질감, 국수의 부드럽고 미끄러운 감촉, 음식 온도가 주는 미묘한 자극, 그리고 각 재료의 고유한 향기가 어우러져 감각을 일깨운다. 여기에 씹을 때 나는 경쾌한 소리, 삼킬 때의 만족스러운 느낌, 그리고 음식을 먹은 후 남는 여운까지 맛의 경험에 참여한다.
맛은 단순한 물리적 자극을 넘어 정서적, 심리적 영역까지 아우른다. 음식을 바라볼 때 일어나는 기대감. 정성 어린 서비스에 대한 감사함, 그리고 식사 공간의 분위기가 주는 안락함 등으로 맛의 경험을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 맛은 몸과 마음이 조화롭게 반응할 때 비로소 만족이 일어난다. 이는 단순한 감각적 반응을 넘어, 우리의 문화, 경험, 그리고 정서가 어우러진 총체적인 경험이다.
맛의 기준은 마치 삶의 지도와 같다. 자신의 성장과 경험을 통해 천천히 그려지는 독특한 그림이다. 이러한 미각 지도는 우리가 자라난 지역의 풍토와 문화적 환경에 의해 그 기본적인 윤곽이 형성된다. 자신의 미각 지도는 경험과 선호도에 따라 굳어지는데, 이렇게 세월이 흐르면 맛에 대한 고정된 관념이 자리 잡는 다.
우리의 미각 여정은 어릴 때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시작된다. 어린 시절 가정에서 경험한 맛은 우리 미각의 첫 번째 이정표가 되어, 평생 맛을 판단하는 기준점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 기준은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다.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고,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면, 미각 지도는 끊임없이 수정되고 확장된 다.
미식에 관심이 깊은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미식가들은 정교하고 복잡한 미각 지도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맛에 대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쌓아가며, 자신만의 독특한 평가 기준을 가지고 있다. 이는 마치 전문 화가가 더 많은 색채와 섬세한 붓질로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다. 맛의 기준이란 개인의 인생 여정만큼이나 다채롭고 복잡하다. 그것은 우리의 문화적 뿌리, 개인적 경험, 그리고 학습의 결과물이 다르기 때문이다. 맛은 사회적, 문화적, 환경적 흐름에도 편승하고 있다. 맛의 기준은 이처럼 정형화될 수 없기에, 개인마다 독특한 미각 세계를 조성하고 있다.
필자 : 조기형, 맛평가 마스터, 지오맛아카데미 원장
맛 평가론 개정판 e-Book, 종이책(POD)